나(김성철 영화감독)는 <잊혀진 가방>을 촬영하면서 WEC 선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수많은 여성 선교사의 롤모델이었던 헬렌 로즈비어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그때였다.
헬렌은 의대를 졸업한 후 28살에 선교사로 헌신해 콩고에서 그녀의 젊음을 바쳤다.
콩고는 1960년, 식민 지배를 당했던 벨기에로부터의 독립과 동시에 내전이 발생해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는데, 진영을 달리하던 자국인들이 수도 없이 죽게 되자 사람들은 그 책임을 벨기에 사람에게 돌리기 시작했고 백인들은 피난을 가야만 했다. 분노한 콩고인들의 학살에 가까운 보복이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고통 중에 신앙을 잃지 않으려면
모두가 떠났지만 현지인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그녀와 동료들은 그 땅에 남았다. 동료들은 비참한 모습으로 순교를 당했고 그녀는 정글 한가운데 감옥에 갇혀 매일 죽음과 같은 상황에 직면해야만 했다.
나는 그녀를 만나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처음 신앙을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는가?’ 물었다. 위대한 선교사인 그녀는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처음 마음을 잘 간직하기 위해서는 기도를 많이 하고 말씀을 계속 봐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질문했다. "선교사님 극심한 고통에 빠지면 기도도 안되고 말씀도 안 보입니다."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다시 말해 주었다.
“제가 괴로움과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마음으로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헬렌... 이런 상황인데도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감사할 수 있겠니?"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위해 여기까지 왔고, 열심히 했는데도 고통에 빠져있다고 말하며,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도 하나님을 믿지만, 하나님도 우리를 믿어 주신다!하나님은 그녀에게 다시 질문하셨다.
"그럼 내가 너를 믿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 있겠니?" 그때 비로소 헬렌 로즈비어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고백했다.
“하나님 죄송해요.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께서도 저를 믿고 계신다는 사실을 지금 알았어요. 수많은 사람이 저와 같은 고통을 당하면 하나님을 부인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포기할 텐데…, 제가 이러한 고통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남아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사람이라는 것을 믿고 저에게 허락해 주신 고통이라면 감당하겠어요.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 끝까지 하겠어요.”
헬렌 로즈비어의 이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님께서 나를 믿어 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오죽하면 나 같은 사람을 믿어 주실까, 생각하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할지라도 견딜 수 있다고...